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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월드컵] "비장하지만 심심" 공식후원 KT vs. 절묘 모델 기용으로 "5G 선점" SK텔레콤

"재미 없으면 돈 쏟아부어도 별무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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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4호 윤지원⁄ 2018.06.26 10:23:12

축협 공식 후원사인 KT의 월드컵 응원 광고(위)와 SK텔레콤의 5GX 브랜드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쳐)

예년 같은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번 월드컵을 둘러싸고 이동통신업계 광고에서 기업들 간의 엇갈린 행보가 눈에 띈다. 이통사 중 유일한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KT는 비장한 분위기의 월드컵 응원 광고를 당당하게 내세우며 마케팅 독무대를 만들었지만 국가대표 팀의 연이은 패배 때문인지 돌아오는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반면 SK텔레콤은 썰렁한 월드컵에는 일찌감치 관심을 끊고 새로운 ‘5GX’ 브랜드를 알리는 예능감 넘치는 광고로 두 배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우리나라 대중의 반응은 전에 없이 썰렁하다. 산업계 전반에 월드컵 마케팅을 포기한 기업들이 즐비한 가운데 몇몇 공식 후원사들이 울리는 마케팅 북소리만 외롭게 퍼지고 있다. 넉 달 전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당시와 비교해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개막 초반만 해도 우리 국가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펼치면 분위기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개막 직전 북미정상회담과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슈로 잠시 관심을 빼앗겼을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이기 시작하면 늦게라도 예년 수준의 월드컵 특수가 되살아날 지도 모른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분위기 반등은 없었다. 우리 국가대표 팀은 스웨덴, 멕시코를 상대로 조별 리그 1, 2차전 경기를 치르는 동안 2패만을 기록하며 조별 리그 탈락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경기 내용도 실망스러웠다. 월드컵 관련 이슈 중에서는 계속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특정 수비수에 대한 비난만 뜨겁다.

 

KT의 'KT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합니다'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쳐)

월드컵 마케팅 기회 독점한 KT, 광고 반응은 허전

 

개막 초반까지 이동통신업계에서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KT만이 대대적인 거리 응원 이벤트를 열며 본격적인 월드컵 프로모션에 나섰다. 월드컵 관련 TV 광고를 집행한 이통사도 KT가 유일하다. KT는 6월 초 ‘KT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월드컵 대표팀 응원 광고를 공개했다. KT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지난 18일에 해당 광고가 게재됐다.

 

해당 KT 광고는 전형적이라고 할 만큼 이해하기 쉬운 국가대표팀 응원 콘셉트의 광고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과, 그들을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는 응원단의 모습이 교차된다. “우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며 ‘우리’와 ‘응원’을 강조하고, 관중석에 펼쳐지는 대형 태극기로 끝이 난다. 비장하고 감동적인 분위기로 대한민국 국민의 애국심을, 서포터의 충성심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시원한 골 장면 등 시합 장면은 거의 없고, 국가대표팀의 고된 훈련에 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유는 KT가 이번에 국가대표팀의 훈련복을 지원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훈련 장면 위주로 편집하면 국가대표팀 가슴에 새겨진 KT 로고를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어서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지 1주일이 지난 26일 오전 기준으로 조회수 104만여 회를 기록했다. 수식하기에 따라 104만여 회라는 숫자는 큰 숫자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앞서 12일에 올라온 ‘누구나 부담 없이 데이터를 쓸 수 있는 KT 데이터ON 요금제’ 광고는 월드컵 같은 특별한 이슈 없이도 195만여 회의 조회수를, 5월 31일 올라온 ‘더블할인’ 관련 광고와 ‘KT 로밍’ 관련 광고는 각각 305만, 334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런 사례와 비교하면, 월드컵 이슈를 등에 업은 이번 광고의 조회수 104만 회는 결코 인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조회수보다 더 썰렁한 것은 댓글이다. 해당 월드컵 응원 광고 아래 달린 사용자 댓글은 단 2개에 불과하다. 대중은 이 광고가 딱히 코멘트 할 내용이 없는 광고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KT의 'KT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합니다'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쳐)

폼은 잡았지만 알맹이 없는 심심한 광고

 

유튜브 외 다른 채널에서 찾을 수 있는 해당 광고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미적지근하다. KT가 역시 감동적인 광고를 잘 만든다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정작 KT라는 기업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선수들의 노력, 응원단의 염원 등은 전달되지만, KT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대표팀 광고나 붉은악마 광고가 아니라 KT 광고인데 정작 KT의 개성이나 KT만의 메시지가 없다”는 말도 중요한 지적으로 보인다.

 

“응원단과 태극기는 4년 전에도 봤고, 8년 전에도 본 것 같다”라며 “그만큼 평범하고 개성 없는 광고라서 감흥이 없다”는 반응도 있다.

 

한 광고계 관계자는 “완성도가 깔끔해 보이고, KT가 대표팀 스폰서라는 점, 거리 응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라며 “다만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이런 심심한 광고는 KT의 기업 이미지 상승에 별다른 플러스 요인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스 광고의 경우 응원하는 마음에 ‘뒤집어 버리라’는 뼈 있는 충고도 담고, 그것을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까지 연계한 영리한 광고를 선보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번 KT 광고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임팩트가 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5GX 광고. 안정환-김연아의 'SKT 5GX 속도와 안정성은 기본!' 편(위)과 이운재-김연아의 'SKT 5GX 보안이 생명!'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쳐)

SK텔레콤, 축구 영웅 데려다 아저씨 만들어

 

이와 반대되는 이유로 주목되는 것이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최근 광고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월드컵이나 올림픽 대회가 열릴 때마다 ‘앰부시’(매복) 마케팅 논란의 주인공이 돼왔다. 월드컵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SK텔레콤은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오 필승 코리아’ 응원가나 응원 박수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KT보다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월드컵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혔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동계스포츠 영웅인 김연아를 내세운 국가대표 응원 캠페인을 펼쳐 앰부시 마케팅 논란에 휩쓸렸다.

 

그런 SK텔레콤이 이번에는 월드컵에 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다른 이슈에 집중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자원인 차세대 이동통신, 5G 관련 이슈다.

 

SK텔레콤은 18일 진행된 5G 주파수 경매가 끝난 직후인 19일부터 ‘5GX’라는 이름의 새로운 5G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5G 시범 서비스는 오는 11월에나 시작되지만, 경쟁사보다 먼저 브랜드 이름을 내걸고 홍보를 시작하며 이슈 선점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5GX 홍보용 광고의 모델이 절묘하다.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신화의 주역인 안정환과 이운재, 그리고 피겨 여왕 김연아다. 이번 캠페인에서 세 사람은 “5G에서는 속도와 안정성, 보안이 생명”이라는 메시지를 다양한 상황을 통해 대중에게 재미있게 전달한다.

 

이동통신 기술에 관한 전문지식은 조금도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이 5G에 관해 소개하다니, 어찌 보면 어불성설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의외로 정곡을 찌르는 기발한 전략이다.

 

한 광고계 관계자는 “어차피 5G는 아직 세상에 정식으로 선보이지 않은 새롭고 어려운 기술이어서 대중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축구와 피겨 스케이팅 분야에서만 세계 톱클래스에 꼽혔던 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며 “한때 국민적 스포츠 영웅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중과 동등한 위치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광고에 나섰다. 뭘 가르치려고 드는 것도 아니고, 이들도 어려운 용어는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광고에서 이들은 어려운 강의에서 꾸벅꾸벅 존다. 그렇더라도 ‘속도, 안정성, 보안’이라는 세 가지 요소만큼은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청자와 모델의 눈높이를 동등하게 놓고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광고를 왕년의 스포츠 영웅들이 능청맞게 잘 소화했다”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5GX 광고들. (사진 = 광고 화면 캡쳐)

월드컵은 뒷전, 5G 이슈 선점이 목적

 

특히 SK텔레콤이 많은 모델 중에서도 안정환과 이운재라는 전 축구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이유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속도’나 ‘보안’이라는 측면을 각각 축구의 공격수와 골키퍼의 역할에 빗대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안정환은 김연아와 함께 트랙을 달리면서 속도와 안정성을 강조하고, 이운재는 김연아에게 골키퍼 체험을 시키면서 보안을 강조한다. SK텔레콤은 동계올림픽 폐막 직후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를 김연아와 나란히 모델로 기용해 똑같이 5G의 속도 등을 강조하는 광고를 찍었다. 월드컵 기간에 하필 월드컵 영웅을 기용한 광고를 내보냈다는 것에 앰부시 광고 혐의를 들이밀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명분은 뚜렷해 보인다.

 

또, 이들은 은퇴한 지 오래 된 아저씨들이다. 왕년의 영광을 떠벌이며 김연아만 뛰게 하고 자신은 뛰지 않는 얄미운 아저씨(안정환)나, 골을 막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후덕해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아저씨(이운재) 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아재(아저씨)이면서도,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트렌드인 캐릭터로, 5G 소비자의 주축이 될 청년 세대(김연아)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텔레콤의 이번 5G 광고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운재와 김연아가 골키퍼 연습을 통해 보안을 강조하는 ‘SKT 5GX 보안이 생명!’ 편 광고는 6월 19일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라온 후 7일 동안 268만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용자 댓글은 150개가 넘는다. 안정환과 김연아의 ‘SKT 5GX 속도와 안정성은 기본!’ 광고의 경우 같은 기간 조회수는 196만여 회, 댓글은 129개다.

 

유머러스한 광고의 분위기나 세 스포츠 스타의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 시리즈 유쾌하고 좋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거미손 이운재가 아니라 김연아가 더 잘 막는 모습이 임팩트가 있었다”며 나름 반전까지 담은 디테일한 구성을 칭찬하는 댓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8년 전, 16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비장한 애국심 마케팅으로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월드컵의 늪에서 허덕이는 사이, SK텔레콤은 영리하게도 축구 영웅의 이미지만 빌려와서 무주공산이던 5G 이슈를 선점하고 나선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SK텔레콤의 이번 캠페인에 5G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끌어낼 수 있는 논리가 잘 구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단지 중요한 몇 가지 키워드만 기억하기 쉽게 강조하면서, 그것을 SK텔레콤의 5GX 브랜드와 결합해서 반복하면, SK텔레콤이 5G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그것이 이번 캠페인의 목적이자 성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광고&기업 시리즈

 

㉛ LG생활건강 편: 셀프디스 광고에 뒤통수 맞고도 광고주 웃는 사연

 

㉚ 삼성생명·미래에셋·AIA 편: ‘설명충’ 벗어나 스토리-순간포착 새 스타일

 

㉙ KEB하나은행, GC녹십자, 한국인삼공사 편: “시작은 미약, 결과는 창대” 올림픽 金광고는?

 

㉘ 기업 이미지광고 ②  한화, "착해야 광고도 뜬다" 입증한 '대통령의 어부바' 효과

 

㉗ 기업 이미지광고 ① 롯데, 반세기만의 절실한 이미지광고인데…"왜 이리 단조?"

 

㉖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③ 심플하지만 속깊게 전달한 대한항공 '쿨 광고'

 

㉕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② 치밀한 코카콜라 vs 완성도 아쉬운 노스페이스

 

㉔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① 포스코·아우디: 잘 찍은 공식파트너 광고 vs 너무 영리한 매복 광고

 

㉓ KT 대 SKT 완전 다른 5G 광고: 국민이냐 사람이냐

 

㉒ 케이뱅크·배스킨라빈스 편: 카리스마男 무너지니 탈(脫)권위 재미가 쏠쏠

 

㉑ LG유플러스 편: LGU+ 아이폰8 광고에 “물건사면 소외극복된다는 옛날방식 아쉽네

 

⑳ 보일러 ② 귀뚜라미·대성쎌틱 편: CM송 꽂아넣은 귀뚜라미 vs S라인만 보여준 대성쎌틱

 

⑲ 보일러 ①경동나비엔 편: 좋은 스토리·완성도와 친환경 콘셉트로 1위 굳히기

 

⑱ 대원제약 콜대원 편: 공들인 말장난에 제품 인지도 쑥쑥

 

⑰ 셀트리온·메디톡스 편: 그냥 달리기만 한 광고 vs 신화까지 터치한 참신

 

⑯ 삼성-애플-LG 편: 아이폰은 '팀킬', 노트8 보수적…웃는걸 보여줌과 웃게 만듬의 차이

 

⑮ 한국타이어 편: 뚜렷 메시지+세련 영상…그런데 왜 항상 똑같지?

 

⑭ G마켓 편: "광고주가 판단미스해도 김희철-설현은 하드캐리

 

⑬ 카카오페이 편: 첨단은 꼭 명랑해야 해? '쓴 아이콘' 이상민 내세운 잔재미로 "빅히트"

 

⑫ 롯데하이마트·삼성전자·LG전자 편: 찬 바람은 당연…이제는 똑똑한 에어컨 강조

 

⑪ 하나투어 편: 현지 맛집이냐 한국서 간 맛이냐, 그게 문제로다

 

⑩ 알바천국 편: 기업 광고가 이렇게 정치적일 수 있다니

 

⑨ 하이트진로·오비맥주 편: 광고로 띄운 저가 전략, 알고보니 궁여지책?

 

⑧ 케이뱅크 편:  알바 20대 vs 쇼핑열광 20대 "어느게 현실?"

 

⑦ 위메프 편: '재밌지 않은' 정우성이 셀프디스 하는 재미

 

⑥ KCC 바닥재-창호 편: 딱 33자로 공감 일으킨 카피의 힘

 

⑤ XYZ포뮬러 편: 화장품 광고에 꽃미녀-미남 아닌 웬 식빵

 

④ 블랙야크 편: "아웃도어 광고, 꼭 야외서 해야 해?"

 

③ SKT '티뷰센스' 편: 상투 벗어났지만 속도감엔 아쉬움

 

② SK매직 편: 이질적 기업의 만남을 엮어낸 사운드 마술

 

① 현대카드 편: 스마트폰 덕에 ‘세로 세상’ 됐는데 왜 신용카드만 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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