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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LG-삼성 8K TV 경쟁, ‘디스 광고’에 욕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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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2호 윤지원⁄ 2019.09.19 17:47:34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TV 성능 공방이 광고를 동원한 ‘디스 전(戰)’으로 번져가고 있다. 양사는 지난 17일 국내 기자들을 상대로 한 기술 설명회를 각각 열고, 상대 회사의 8K TV 기술의 단점을 직접 언급하는 비교 시연을 펼치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이달 초부터는 8K TV를 광고하는 CF에서도 국내 광고계에서는 드물게 상대를 디스(diss, 깎아 내림)하는 내용을 담아 내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LG전자의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 알기’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LG, 비교 광고로 삼성 QLED 한계 강조

LG전자가 지난 7일부터 집행한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 알기’라는 제목의 CF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의 장점을 강조하여 설명하는 광고다.

LG전자가 OLED의 우수성을 설명하기 위해 구사한 화법은 ‘비교’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함께 사용해야 하는 타사 LED TV의 단점들을 지적하고, 이와 달리 패널을 구성하는 소자 하나하나가 발광하여 화면을 만들어 내는 LG전자의 올레드 TV가 가진 장점들을 내세운 것.

CF에 따르면,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ED TV는 이 백라이트의 영향 때문에 블랙이 정확하지 않고, 컬러가 과장될 수 있다. 또 백라이트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므로 제품의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반면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OLED TV는 더 완벽에 가까운 블랙을 표현할 수 있고, 컬러도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한, 두께를 최소 3.85mm까지 얇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벽에 붙일 수도 있고, 심지어 시청하지 않을 때는 둥글게 말려서 낮은 박스 안에 보관되는 ‘롤러블’(rollable) 형태로도 만들 수 있다. 그러면서 CF는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흉내 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이 CF는 ‘LED’ 앞에 각각 다른 알파벳이 붙어 ‘OLED’처럼 네 글자 형태로 만들어진 타사 TV 브랜드 명칭들의 예를 들며, LED TV는 어떤 이름으로 포장해도 여전히 LED TV일 뿐 OLED가 아니라는 점을 좀 더 강조하고자 한다.
 

LG전자의 광고 중 삼성전자 QLED TV를 강조한 것으로 여겨지는 장면.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QLED만 까는 듯한 건 기분 탓?

예시로 나오는 네 글자 LED TV의 명칭은 ALED, BLED 등등 여덟 개다. 이 중에는 실제 특정 상품의 명칭도 있고, 예를 들기 위해 무작위로 고른 알파벳을 앞에 달아 지어낸 듯한 명칭도 있다. 그리고 그 중엔 QLED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QLED는 LG 올레드 TV의 가장 치열한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브랜드지만, 무작위적으로 선택된 이름처럼 보이게 한 광고의 맥락상 특정 상표가 아닐 여지가 남아있다.

먼저 나오는 ALED, BLED, FLED, ULED는 순서대로 약 0.8초마다 앞글자가 변한다. 그런데 다섯 번째 나온 QLED는 약 2초 동안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 이후의 KLED, SLED, TLED는 다시 빠른 속도로 변한다. 이처럼 QLED만 유독 오랫동안 시청자의 뇌리에 남는다.

한편, 이 장면에서는 이러한 이름을 가진 TV들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라며 LCD 패널 뒤에 숨어 있는 LED 백라이트가 드러나는 모습 등을 함께 묘사한다. 그런데 이런 묘사가 공교롭게도 명칭이 QLED로 바뀐 상태에서 시작된다. 시청자는 0.8초마다 바뀌는 여덟 개의 유사 OLED 이름들 중에서 결국은 QLED TV의 속이 드러나는 장면을 2초 동안 보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 명칭들의 맨 앞글자만 나열하면 ABFUQKST가 된다. 일부 누리꾼은 이 순서에도 LG전자의 숨겨진 의도가 있다며 이 CF가 ‘노골적인 삼성 저격 광고’라는 혐의를 주장한다. 세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나오는 ‘FUQK’가 영어 욕설의 교묘한 변형이며, 이후의 ST는 ‘삼성전자 TV’를 의미하는 약자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QLED 8K TV 광고 '유일무이'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삼성, ‘번인’ 레파토리 다시 꺼내

LG전자의 이러한 디스 광고에 삼성전자는 다소 소극적으로, 그러나 묵직한 한방이 있는 광고로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말부터 QLED 8K TV에 대한 CF ‘유일무이’ 편을 집행해오고 있었는데, 원래는 타사 브랜드나 기술에 관한 언급이 없는 자사 기술에 관한 내용이 전부다. 그런데 LG전자의 디스 광고가 화제가 된 이후인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삼성전자는 이 CF에 ‘번인 걱정 없이’라는 문구를 추가 삽입해서 방영하고, ‘번인 10년 무상보증’ 이벤트를 함께 홍보했다.

번인(Burn-in)은 고정된 화면을 오랫동안 켜 두거나 방송사 로고처럼 똑같은 이미지가 한 위치에 오랫동안, 또는 반복적으로 표현될 경우 해당 소자들이 과열, 손상되며 얼룩 같은 잔상이 남아있는 현상을 말한다. 별도의 백라이트가 패널 전체를 지속적으로 비추는 LED TV에 비해 소자가 직접 빛을 내는 OLED TV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취약점으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QLED 제품 구매시 번인 증상을 10년 동안 무상 보증하는 프로모션을 수시로 진행해 왔고, 지난 4월에도 8K TV를 포함한 2019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이 프로모션을 홍보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추석 연휴에 이 프로모션을 새삼 홍보한 것은 LG전자의 디스 광고에 대한 맞대응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에도 홍보 영상을 통해 번인 및 잔상과 관련해 LG OLED TV의 내구성을 디스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에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올린 것.

당시 LG전자는 자신들에게 선공을 가한 이 홍보 영상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8K TV 시장에서 앞서 달려나가는 QLED에 대해 수위 높은 디스 광고를 만들어 선제 공격을 펼쳤다.
 

할로윈 데이에 '비호감'인 코카콜라 변장을 한 펩시콜라를 표현한 펩시콜라의 디스 광고(위)와 버거킹 햄버거를 몰래 사먹는 맥도날드의 마스코트 로날드를 표현한 버거킹의 디스 광고. (사진 = 각 사)


비방? 갈등? 라이벌, 그 자체로 좋은 홍보 수단

라이벌 브랜드나 제품을 비교하며 디스하는 광고나 홍보 영상은 국내에서는 흔한 문화가 아니지만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맥도날드와 버거킹 같은 해외 브랜드의 오랜 라이벌 구도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또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의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에서도 종종 디스 광고가 만들어져 화제가 되곤 했다.

이들 디스 광고는 악의를 담은 비방이나 정색하고 하는 비판보다는 기발한 유머를 담은 교묘한 내용이 더 많다. 이는 실제로 상대를 깎아내리고 자신들을 어필하기 위한 간절한 목적보다 는, 대중의 의식에 이미 정립되어 있는 라이벌 구도 자체의 스토리와 화제성을 이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 넘게 이어지는 특정 라이벌 구도의 주변에는 역대 다양한 승패 전적이나 특징적인 캐릭터 분석, 소소한 가십(gossip) 등등 상품성, 기술력, 실적 등과 무관한 얘깃거리들이 생성, 누적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라이벌 브랜드 간의 디스 광고 공방은 이러한 얘깃거리를 찾는 대중에게 선사하는 서비스 차원의 홍보활동이 되기도 하고, 나아가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광고 자체로만 승부하는 장외 경쟁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위로부터) 삼성전자의 LG전자 디스 광고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편,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편, 삼성전자를 디스한 LG전자의 V30 티저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LG-삼성의 과거 디스 광고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유의 라이벌 관계 덕분에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두 기업은 ‘디스 광고’에 인색한 국내에서도 종종 디스 광고로 화제가 되어 왔다.

2012년에는 냉장고 용량을 주제로 삼성전자가 LG전자를 공격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두 회사의 냉장고를 나란히 눕혀놓고 물을 채워 실제 용량을 비교하는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광고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앞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900ℓ 용량 냉장고를 출시한 직후 LG전자가 ‘세계 기록 경신’이라며 910ℓ 냉장고를 공개한 것에 대응한 것으로, ‘실제 용량이 광고한 용량과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LG전자는 즉각 강하게 반발하며 해당 영상이 ‘허위 광고’라며 법원에 해당 광고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이 광고로 인해 영업에 지장이 생겼다며 10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했다. 광고 중단에 관해서는 법원이 LG전자의 손을 들어줬으나 손해배상에 관해서는 법원의 중재에 따라 LG전자 측이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또 2017년에는 LG전자가 새 스마트폰 V30을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를 교묘하게 디스하는 티저 광고 두 편을 집행했다. 갤럭시노트의 ‘노트’를 연상시키는 종이 수첩을 덮어버리거나,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인 ‘펜’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연필을 부러뜨려 V자 모양으로 만드는 장면 등을 연출한 것. 이에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같은 우리나라 기업으로서 LG전자가 신제품을 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진짜 잘 되길 바란다”는 여유 있는 덕담으로 응수한 바 있다.
 

(위 사진)LG전자 남호준 HE연구소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필름을 들고 OLED TV와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아래 사진) 삼성전자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같은 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화질 설명회'에서 QLED 8K 화질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8K TV 디스 전, 점입가경

다만, LG전자의 최근 CF의 디스는 이처럼 가벼운 얘깃거리나 애교로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먼저 한 CF 제작사 관계자는 LG전자 CF의 75초라는 러닝타임에 주목했다. 보통의 TV CF가 15초, 30초이며 길어도 60초를 넘기지 않는 국내 광고 시장에서 드물게 75초나 되는 긴 러닝타임부터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LED TV와 비교되는 OLED TV의 장점을 설명하고, 그 결과 독보적인 롤러블 TV를 내놓을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앞의 50초만으로 충분한 광고”라면서 “주제의 일관성도 ‘유사 명칭’에 관해 언급한 10여 초를 생략하는 편이 더 완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LG전자가 최근 삼성전자의 QLED에 대해 공개적으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행보도 주목된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9’의 첫날 삼성전자의 8K QLED TV의 화질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날 LG전자는 8K QLED TV 화질이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립한 화질 선명도(CM) 기준에 한참 미달한다고 주장했는데, 공교롭게도 다음날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CF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이어 지난 17일에도 국내에서 ‘8K 및 올레드 기술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국내 기자단을 상대로 QLED 8K TV와 LG전자 8K TV 제품의 화질을 상세하게 비교 시연하며 다시 한번 QLED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8K TV 시장의 주도권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이 같은 공격에 한동안 대응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국제 행사에서의 공개적 비판에 이어 디스 광고, 국내 기자들을 상대로 한 비교 시연 설명회까지 쉬지 않고 이어지자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일무이’ 광고의 번인 관련 문구 삽입은 시작에 불과했다. LG전자가 기술 설명회를 연 날, 삼성전자도 몇 시간 후 설명회를 열고 LG전자의 문제 제기를 반박했을 뿐 아니라, 역시 두 회사 TV를 비교 시연하며 LG전자 TV가 8K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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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알바천국 편: 기업 광고가 이렇게 정치적일 수 있다니

⑨ 하이트진로·오비맥주 편: 광고로 띄운 저가 전략, 알고보니 궁여지책?

⑧ 케이뱅크 편:  알바 20대 vs 쇼핑열광 20대 "어느게 현실?"

⑦ 위메프 편: '재밌지 않은' 정우성이 셀프디스 하는 재미

⑥ KCC 바닥재-창호 편: 딱 33자로 공감 일으킨 카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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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블랙야크 편: "아웃도어 광고, 꼭 야외서 해야 해?"

③ SKT '티뷰센스' 편: 상투 벗어났지만 속도감엔 아쉬움

② SK매직 편: 이질적 기업의 만남을 엮어낸 사운드 마술

① 현대카드 편: 스마트폰 덕에 ‘세로 세상’ 됐는데 왜 신용카드만 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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